'24'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0/12 민폐

민폐

내가 사는 이야기 2008/10/12 00:32
 TV에서 방영한 미드를 제외하고 제일 처음 알게된 유명한 미드는 24였다. 어지간히 영상물에 관심이 없었고 이는 미드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아 뭐 이런 드라마가 있죠? 정말 재밌어요!'라는 히어로즈의 감상평에 끌려 그제서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24는 왠지 끌리지 않아 계속 미루다 이제서야 시즌1을 보기 시작 해 시즌파이널까지 4편 정도 남았다. 솔직히 처음 5편 정도는 등장인물도 잘 모르겠고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그 이후로는 갑자기 미친듯이 재밌어서 속전속결로 해치워버렸다. 특히 딸과 아내가 구출되고 나서 재미가 극에 달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굉장히 거슬리는 존재가 있었는데 바로 그게 잭 바우어의 딸 킴벌리 바우어다. 아 쟤 좀 안나왔음 좋겠네 할 정도로 등장만 하면 상당한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조연인 주제에 민폐 여주인공들이 하는 짓거리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그 모습에 킴벌리만 나오면 스킵스킵

니가 뭔데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들어
 개뿔 자기 능력은 없으면서 아버지는 똥줄빠지고 있는데 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말썽만 일으키고 있다. 제발 좀 안전한 곳에 그대로 붙어 있으라고. 아무말 하지 말고 하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게 뭐 그렇게 어려워.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고!를 외치지만 여전히 싸돌아다니다가 붙잡히고 나면 아버지가 도와주실거야 드라마든 만화든 영화든 민폐끼치는 여주인공은 정말 싫다. 한국드라마랑 한국만화, 일본만화등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이 이런 경향을 띄는게 많은데 아주 그냥 콱! 도대체 구체적인 해결능력은 없으면서 내가 설득하면 모두 다 들어줄꺼야라는 근거없는 자신감. 요즘 인터넷 유행어로 근자감이라고 하죠. 이 망할 근자감으로 똘똘 뭉쳐서는 아주 뭐같은 자세로 적진에 신나게 뛰어든다. 가난한 여주인공이 회사에 들어가서 불의를 보고 못참아 한소리 했다가 결국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에 흥미를 가진 남자주인공의 도움을 받는다라는 스토리는 식상한데도 왜 자꾸 써먹어대는지.

 흔히들 '캔디형 캐릭터'라고 하지만 그런 여주인공들은 절대로 캔디가 아니다. 캔디캔디를 보면서 그녀의 상황을 동정했을망정 캔디에게 욕하진 않는다. 캔디는 불행한 환경이지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며 그러는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때문에 인정받는 것이다. 자신의 정의를 위해서 주변에 피해를 준적도 없고 그걸 억지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캔디가 종군간호사로 지원하려고 했을 때의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구체적인 사연이 어떻든 '간호사가 되어 병사들의 생명을 구한다'라는 캔디보다 현실적인 프라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장하는게 있더라도 주위환경에 의해 적절히 조절하는게 옳은거지 지가 대장인줄 알고 미친년 널뛰듯 천지를 모르고 덤벼대는 여주인공하고는 천지차이인데 왜 가난하지만 열심히 산다는 이유로 애먼 캔디를 갖다붙이려는지.

 이런 이야기가 있다. 회사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일 못하는데 성실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회생활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없고, 그냥 능력없는 여주인공이 설쳐대는 것에 대응할 제일 좋은 문구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야만 하는건 이해한다쳐도 일을 해결하는 것도 스스로 좀 했으면 좋겠다. 남주인공의 역할이 있으니까 모든걸 셀프로 하라고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방해는 하지 말라고. 이런 장면 굉장히 흔하지. 남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을 희생해가며 겨우 겨우 여주인공을 구출해내기 직전까지 갔는데, 적들이 누군가를 인질로 잡거나 협박을 하자 여주인공이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자신이 인질이 되겠다고 나서서 죽은 조연들과 독자들을 해까닥하게 만드는 거.

 불행히도 킴벌리는 시즌2에도 나오고 시즌3에는 아버지빽으로 아버지회사에 들어온단다. 우와 하다하다 못해 이번엔 낙하산까지.. 시즌1도 킴벌리 여기저기 잡혀다닐 때 짜증이 솟구쳤는데 시즌2는 도저히 손이 안갈 것 같다. 즐거우려고 보는거지 짜증내려고 보는거 아니잖아?

 마지막으로 재밌는 이야기.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봤던 444의 여주인공이 킴벌리였다는 것은 오늘에야 알았다. 디씨인사이드 24갤러리에 인상적인 리플이 있었다.
이번에도 죽이는데 실패했다.
끄덕끄덕(공감)